국민연금 개혁에 상응하는 재정 안정화 조치 후 국민연금과 통합 논의 바람직

[그래픽] 4대 공적연금 충당부채 현황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5차 재정계산을 토대로 국민연금 개혁논의가 다시 달아오르는 상황에서 그동안 우리의 관심에서 사라지다시피 했던 국민연금의 미적립 부채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공적연금 중에서 법으로 이른바 '충당부채'를 계산해서 공개하도록 한 것은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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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대상은 국민연금이 아니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 직역연금이 개혁 대상이다. 모든 공적연금을 통합 운영해서 투입되는 세금만큼 고르게 지급하라. 아니면 그간 납부한 것 돌려주고 국민연금을 폐지하라."

국민연금 개혁 관련 언론보도에 빠지지 않고 항상 따라붙는 댓글 내용이다.

국민연금보다 더 심각한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을 그대로 둔 채 국민연금만 손대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국민 정서인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 개혁에 맞춰 기금고갈로 국민 세금으로 감당하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 다른 직역연금에 대해서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한국연금학회ㆍ국민연금연구원과 공동 주최로 열린 2023년 추계학술대회에서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와 석재은 한림대 교수는 '지속 가능한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연금 개혁'이란 글을 통해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의 추가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각 직역연금은 적립 기금이 사실상 소진돼 이미 부과방식으로 전환됐으며, 현재 수급자의 연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가입자의 보험료 수입으로 충당한 후 부족 부분은 국고 지원으로 감당하는 실정이다.

공무원연금은 2001년부터 적립금이 바닥나 매년 정부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2023년 재정투입 규모는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군인연금은 이보다 훨씬 전에 기금이 고갈돼 해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데, 2023년에는 3조원 넘게 집어넣어야 한다.

사학연금은 아직 적립금이 쌓여 있으나, 2040년대 후반이면 모두 소진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 개혁을 논의하면서 심각한 재정 상태의 직역연금을 모르는 체하고 넘어간다면 명분이 서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용하 교수는 "따라서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도 국민연금의 모수개혁 정도(보험료율 인상이나 소득대체율 인하 등)에 상응해 추가적인 재정 안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형평성을 높이고자 국민연금과 완전 통합하거나, 단계적으로 합치는 방안에 대해서는 국가재정 부담 등을 고려해 직역연금에 대한 추가 개혁으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한 후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김 교수는 제안했다.

현재 1천조원 안팎의 적립 기금을 가진 국민연금과 적립금이 소진된 공무원연금을 바로 통합할 경우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데다, 공무원연금 보험료율(18%)을 국민연금 보험료율(9%)로 낮추는 과정에서 공무원연금 재정 적자 폭은 더욱 커져 상당 기간 국가재정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간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간 형평성 논란이 일자 공무원연금은 1995년, 2000년, 2009년, 2015년 등 4차례 개혁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더 유리한 구조로 설계돼 있어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공무원들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 "보험료를 더 많이 낸다"고 항변하지만, 자신들이 더 많이 낸 만큼만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다.

국민연금이 1을 내면 2를 받는 구조라면, 공무원연금은 1을 내고 3.4를 받는 구조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공무원연금공단 제주 사옥

[공무원연금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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