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자본 활성화 자본시장 간담회…은성수 "모험자본 투자 금융사 면책제도 마련"

내년 하반기 도입 예정인 기업성장투자기구(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ies)의 투자대상에 시가총액 2천억원 이하의 코스닥 상장사도 포함된다.

BDC는 비상장사 등 주목적 투자대상에 투자자금의 60%를 투자하면 컨설팅, 경영지원에도 나설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오후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증권사,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털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혁신기업 자금 조달체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주로 은행이나 정책금융 등에 의지해온 중소·혁신 기업의 자금조달 경로를 자본시장의 직접금융으로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다.

이에 따르면 BDC의 주목적 투자대상은 비상장사, 코넥스 상장사, 코스닥 상장사(시총 2천억원 이하), 중소·벤처기업 관련 구주 등이다.
애초 정부는 작년 11월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라는 이름으로 BDC 도입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이번에 주투자 대상에 일부 코스닥 상장사를 포함시키기로 하면서 공식 명칭도 '기업성장투자기구'로 바꿨다.

BDC는 투자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모 또는 상장한 후 비상장기업 등에 투자하는 투자 목적회사로, 공모 펀드 형태로 운용된다. 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비교하면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주목적 투자대상 의무 투자비율도 애초 제시한 70%에서 60%로 낮아졌다.

다만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고자 코스닥 상장사 투자와 중소·벤처기업 구주 매입은 각각 BDC 자금의 30%로 제한하기로 했다.

나머지 40% 중 10%는 국·공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30%는 부동산을 제외한 대상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

BDC는 설정 이후 90일 이내에 상장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전문투자자의 자금으로만 설정되면 3년간 상장이 유예된다.
 
혁신기업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BDC는 순자산의 100%까지 차입이 허용되고 환매금지형 펀드의 절차·요건을 준용해 증자, 성과보수 수령도 가능하다.

금융위는 BDC에 대한 세제 혜택도 검토 중이다.

운용 주체는 운용경력 3년 이상, 자기자본 40억원 이상, 연평균 수탁고 1천50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추고 금융위로부터 BDC 운용 인가를 받은 증권사, 운용사, 벤처캐피털이다.

금융위는 BDC 운용사에 투자기업에 대한 컨설팅, 경영지원 등을 제공하는 액셀러레이터 겸업도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벤처캐피털 등이 혁신기업 투자 후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기업공개(IPO)가 유일하지만 BDC가 도입되면 벤처캐피털이 어느 정도 성숙된 기업의 지분을 BDC에 양도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더욱 활성화되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김정각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혁신 기업 투자와 투자자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의 균형을 고려했다"며 "시장에서 다양한 조합의 투자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위는 기존 사모투자와 별개로 공개적인 청약 권유가 가능한 전문투자자 전용 사모투자 유형을 신설하기로 했다.

현재 사모투자는 49인 이하의 투자자에게 1대 1 방식으로 청약을 권유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전문투자자만으로 구성된 사모 유형이 신설된다.

전문투자자 사모투자는 TV, 모바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개적인 청약 권유가 가능하다.

대신 사모 발행 이전과 이후 각각 2주 이내에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중소·벤처기업의 소액 공모 한도를 기존 10억원에서 30억원(1단계)과 100억원(2단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소액공모는 공시서류를 제출하면 감독 당국의 사전 심사없이 신속히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방식인데, 의무제출 공시서류는 17종이어서 일반공모(27종)보다는 적다.

그러나 사모와 달리 한도 제한을 받는 데다 서류 제출에 따른 비용 부담도 있어 발행이 저조한 상황이다.

금융위는 소액공모 한도 확대로 연간 3천500억원의 추가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소액공모를 통한 자금조달액은 연간 620억원 수준이다.

다만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지원하기 위한 제도 개선인 만큼 성숙기업으로 분류되는 사업보고서 제출대상 법인은 한도를 종전대로 10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기업의 자금 조달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낮은 파생결합증권 등에는 전문투자자 사모 모집과 소액공모 한도 확대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아이디어가 있는 기업에 모험자본이 전달되는 것이 우리의 미래 먹거리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험자본 투자는 처음에 손실이 나고 3년, 5년 있다가 수확을 하게 되는데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서는 내가 투자하고 과실은 다음 CEO가 받아간다고 생각하고, 실무자 입장에서도 성과는 회사가 가지고 실패할 경우 그 꼬리표가 자신을 따라다니게 되니 투자 유인이 적다"며 "이러한 관행을 바꿔나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으며 11월까지 감사원의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벤치마킹해 금융회사의 우려를 덜 수 있는 면책제도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내달 초 개선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어 내년 하반기에 제도개선 사항이 시행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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