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특혜세제 내년 말까지 개선 약속 안해 리스트 올라"
EU "매년 최소 한 번 리스트 업데이트할 것" 공식 밝혀

우리나라가 이른바 유럽연합(EU)의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국가적 수모'를 당한 가운데 도대체 한국이 왜 이런 오명을 쓰게 됐고 언제쯤, 어떻게 하면 이런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U는 지난 5일 조세비협조지역(Non-cooperative jurisdiction) 블랙리스트를 발표하면서 "리스트에 오른 국가들은 EU가 지적한 문제점에 대해 의미 있는 조처를 하지 않았고, EU의 과세기준을 토대로 삼기 위한 의미 있는 대화에 응하지 않았으며, 이를 개선하겠다는 약속도 제때에 하지 않았다"고 선정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EU는 세계 7대 무역국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한국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이유에 대해 "한국은 해로운 특혜세금체제를 갖고 있다"면서 "2018년 12월 31일까지 이것들(해로운 특혜세금체제)을 수정하거나 폐지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고 짤막하게 지적했다.

EU가 언급한 해로운 특혜세금체제란 외국인투자지역이나 경제자유지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 소득세와 법인세 등을 감면해주는 혜택을 주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이미 작년 말에 한국을 조세 비협조지역 예비후보대상국 92개국에 포함한 뒤 이를 한국에 알리면서 EU가 지적한 문제점에 대한 정부의 설명과 향후 대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와 같은 제도는 EU 내 일부 회원국들도 운영하고 있고, 외국투자기업에 대한 한국의 세금 감면은 법에 근거해 모든 조건에 해당하는 기업에 대해 동일하게 적용하는 등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EU는 한국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EU는 한국이 내년 말까지 EU가 지적한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은 점을 블랙리스트 대상국으로 선정한 이유로 내세웠다.

한국과 EU 당국 간에 한국의 외국투자기업 세제에 대한 인식의 차가 현격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6일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른 시일내에 조세비협조지역 블랙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이 제외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의 담당 국장을 즉각 EU에 파견하기도 했다.

문제는 EU가 외국기업 세금감면을 지적했다고 해서 정부가 외국투자기업에 대한 세제를 EU의 입맛대로 다 뜯어고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선 어느 정도의 세금감면 혜택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능한 범위내에서 EU의 지적을 수용하면서 한국의 세금 관련 제도와 정책에 대해 EU를 설득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블랙리스트에서 벗어나는 접근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EU 측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하더라도 당장 EU가 블랙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EU의 리스트에서 제외되기 위해서는 EU 28개 회원국의 재무장관들이 참석하는 경제재무이사회를 다시 소집해야한다.

EU 재무장관들은 정기적으로 만나기는 하지만 곧바로 한국을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할 경우 스스로 리스트의 권위를 실추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다른 회원국들의 요구도 잇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신 EU는 매년 리스트를 업데이트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어 다음 리스트 업데이트를 겨냥해 집중적으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제도적으로 개선할 것은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U는 지난 5일 조세 비협조지역을 발표하면서 "최소한 1년에 한 번 이상 조세비협조지역 리스트를 업데이트 할 것"이라면서 "2017년에 검토대상에 올랐던 지역은 물론 리스트에 오른 지역의 상황을 계속해서 모니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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