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위 10주년 학술대회 발표…양형기준 전후 판결 6천개 분석

형사재판에서 법관이 선고형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양형기준'을 도입한 후 살인과 강도, 성폭행 등 주요 강력범죄의 평균 형량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형기준은 국민의 객관적 상식을 양형에 반영하고 적정한 형량이 선고되도록 해 형사사법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특정 범죄에 대한 선고 형량의 기준과 상·하한을 설정한 '형량 가이드라인'을 말한다.

오정일(49)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11일 대법원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양형위원회 10년의 성과와 주요과제' 학술대회에서 양형기준 도입 전·후 판결문 6천374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균 형량이 가장 많이 증가한 범죄는 강도죄다. 2009년 7월 강도죄의 양형기준이 시행되기 전에는 평균 형량이 21.82개월이었지만 시행 후에는 28.57개월로 6.96개월 증가했다.

    2009년 7월 양형기준이 시행된 강간죄도 평균 형량이 30.28개월에서 36.18개월로 5.9개월 증가했다. 오 교수가 범죄별로 작성한 형량 분포도에서 그래프가 오른쪽으로 이동해 형량이 전반적으로 늘었음을 보여줬다.

살인죄도 2009년 7월 양형기준 시행 후 평균 형량이 기존 144.13개월에서 145.38개월로 1.25개월 증가해 소폭 높아졌다. 살인죄의 기본형량이 다른 범죄에 비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형기준 도입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120개월 이하의 형은 증가하고, 120∼200개월의 형은 감소했으며, 200개월이 넘는 형량은 증가하는 형량 분포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살인죄의 유형에 따라 고의성과 비난 가능성이 큰 범죄는 형량이 높아졌지만, 비난 가능성이 적은 살인죄는 형량이 줄어든 것으로 오 교수는 분석했다.

양형기준 도입 후 평균 형량이 줄어든 범죄도 많았다. 공무집행방해죄와 절도죄, 횡령죄 등이다.

공무집행방해죄는 올 1월 양형기준이 시행된 후 평균 형량이 기존 13.7개월에서 6.91개월로 6.79개월이 줄어 절반 가까이 형량이 감소했다.

절도죄도 지난해 9월 양형기준이 시행된 후 9.9개월에서 7.35개월로 2.55개월 줄었다. 절도죄의 형량 분포도에서도 그래프가 왼쪽으로 이동해 형량이 전반적으로 줄었음이 확인됐다.

횡령죄도 2009년 7월 양형기준이 도입되면서 평균 형량이 11.38개월에서 9.82개월로 줄었다.

오 교수는 "절도와 공무집행방해죄는 평균 형량과 각 형량의 편차가 줄어들었는데 블루칼라 범죄에 해당하는 이들 범죄의 형량이 높다거나 양형이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있었음을 고려하면 바람직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대법원 소속 독립기구인 양형위원회는 2007년 4월 구성돼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는다. 불합리한 양형 편차를 해소하도록 범죄별로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수정하는 작업을 해왔다. 살인과 강·절도 등 총 38개 범죄군의 양형기준을 마련해 양형 결정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