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조정 중 소송 금지, 2천만원 이하 조정에 구속력…금융소비자委 권고

유사한 금융 피해자들을 한꺼번에 구제하는 분쟁조정 절차가 도입된다. 분쟁조정 중 금융회사가 일방적으로 소송을 내는 것도 금지된다.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 자문위원회는 19일 이 같은 내용의 소비자 권익 강화 방안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에 권고했다. 최 원장은 이를 전폭 수용하기로 했다.

여러 금융소비자에게 똑같거나 비슷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다수 피해자 일괄구제 제도'를 운영한다. 기존에는 피해자들이 개별로 분쟁조정 절차를 밟아 구제받았다.

앞으로는 여러 피해자가 관련된 분쟁조정의 진행 내용을 공시, 유사 피해자의 신청을 받아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한꺼번에 상정한다.

여러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 분쟁조정과 별개로 해당 금융회사를 검사하고, 불완전 판매 등이 드러나면 제재한다.

분쟁조정 절차 중 일방적인 소송 제기도 금지된다. 금융회사들은 소송이 제기되면 분쟁조정 절차가 중단되는 점을 노려 소송을 남발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상대로 한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평가' 등을 활용, 금융회사가 분쟁조정 중 소송을 내지 못하도록 우회적으로 압박할 방침이다.

2천만원 이하의 분쟁은 분쟁조정위의 결정에 구속력을 부여한다. 사실상 금융회사의 불복을 차단하는 것이다. 역시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평가나 검사 지표 등이 압박 수단이다.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의 합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조정 결정을 지키지 않은 금융회사의 현황을 공시하고 실태평가에서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자문위원장을 맡은 권영준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분쟁조정위에 법원 같은 중재 효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분쟁조정 결과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고 중재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내년 2월까지 마련해 관련 법률 제·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분쟁조정위는 산하에 전문소위원회를 둔다. 전문적이거나 낯선 분야의 분쟁, 여러 사람이 연루된 집단 분쟁에 제때 대응하고 전문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분쟁조정과 금융민원의 '단골손님'인 보험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 보험금 지급을 까다롭게 하려는 보험사들의 정책을 소비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다.

보험사는 진단서 등에 대해 객관적·전문적 반증 자료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단순한 '의료자문' 소견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삭감하지 못한다.

전문가 소견이라도 보험금 청구 사유를 결정적으로 뒤집지 못하는 한 보험금 지급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의료자문은 2014년 5만4천건에서 지난해 8만3천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4만9천건이다.

금감원은 "보험사가 자문의 소견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하는 행위에 대해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의뢰할 경우 계약자와 미리 협의토록 한다. 최신 기술, 질병 원인, 진단·치료내역의 불일치 등 의학적 쟁점이 생기면 금감원이 전문가 자문을 의뢰한다.

보험금 지급 심사에서 보험사가 손해사정사를 통해 손해 규모를 측정, 보험금 지급을 삭감·거절하는 것도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자문위는 판단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 측의 손해사정사 선임권을 강화한다. 소비자가 원하면 보험사와 협의해 손해사정사를 선정하고, 보험사가 비용을 부담한다. 손해사정사의 경영 상태와 민원 발생 현황을 공시한다.

이 밖에 소방관 등 위험이 큰 '특정 직업'에 대해서도 객관적 인과 관계가 없으면 보험 인수를 거절할 수 없도록 하고, 이들 고위험 직종 보험의 인수 현황을 보험사별로 비교·공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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