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자동자격폐지는 부당한 특혜를 막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린 것”
“납세자 소송법도 관심 갖고 지켜봐 달라”

Q.지난 2016년 의원입법으로 발의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지난달 8일 드디어 본회의롤 통과했고 26일 최종 공포됐다. 세무사는 아니지만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한 말씀.
A.감개무량하다.(세무사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그날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17대, 18대, 19대 국회를 거쳐 20대 국회에 와서 처리됐다. 이렇게 말하면 잘 와 닿지 않지만, 10년이 넘는 기다림 끝에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이다.

Q.이번 법 개정이 갖는 의미에 대한 의원님의 생각은.
A.세무사법 개정안 처리를 통해 그동안 합리적인 이유 없이 변호사 자격 취득자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동시 부여하는 부당한 특혜를 막을 수 있게 됐다. 불합리한 부분은 당연히 고쳐야 하는 게 맞다. 세무 분야의 전문성 향상도 기대된다. 일부에서는 세무사회 등 이익단체의 로비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변호사 업계가 특권과 탐욕에 몰두하는 것은 존경받는 자격사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추진한 것이다.

Q.2007년 10월 변호사의 세무사자동자격을 폐지하는 세무사법개정안을 처음 발의하였고, 이후 2008년 8월과 2016년 10월 등 세 차례 대표 발의를 했다. 법 개정을 처음 발의하게 된 배경이나 이유는.
A.국회의원이 되기 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변호사 시험 합격자에게 왜 세무사 자격증은 물론 변리사 자격증까지 주는 특별규정이 변호사법에 있는지 의문을 가져왔다. 실제로 세무사 자격증이 있어도 장부 기장 등 세무대리 업무를 하는 변호사들은 극소수다. 변호사들은 법률에 관한 사무를 모두 할 수 있기 때문에 세무사 자격증 없어도 할 수 있다. 세법전문 변호사가 아닌 이상 세무사들보다 더 양질의 세무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힘들다. 그런데도 왜 자격증을 시험도 보지 않고 가져야 하는가. 이는 과도한 특혜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내 생각을 이야기 하면 ‘저 친구 왜 저래’ 하는 표정으로 이상하게 보는 선배들도 있었고 내 뜻에 열렬히 동의해 주는 후배들도 있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고쳐야겠다고 마음 먹고 시작했다. 잘못된 부분이기 때문에 쉽게 법 개정이 이루어질 줄 알았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Q.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A.맞다. 처음 입법안을 발의할 당시 기획재정위원회(당시 재정경제위원회) 소속이었다. 당시 기재위는 어렵지 않게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의 벽이 너무 높았다. 18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19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게됐다. 내심 ‘법사위에 올라오기만 해봐라. 통과시켜서 본회의 표결에 부쳐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포진한 법사위만 통과시키면, 본회의 통과는 낙관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19대 당시)기재위에서 막히더라. 내막을 살펴보니 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기재위에 포진해 방어를 하고 있더라. 작년 세무사법 개정안이 기재위를 통과했지만 역시나 법사위에서 또 막혔다. 이번에도 시간만 허비하다 실패할 줄 알았다. 사실 국회선진화법 규정을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를 활용하면 본회의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비록 10년이 넘게 걸리긴 했지만, 해냈기 때문에 (시간이) 아깝지 않다. 좀 더 빨리 됐다면 좋았겠지만 지금에라도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려졌으니 된 것 아니겠는가. 정말 감개무량하다.

Q.1992년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변호사 자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는 게 쉽지 않아 법 개정 진행 중 지인들의 원망이나 반대도 컸을 것 같은데. 어려웠던 점은.
A.포기하고 싶은 때가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낙선운동 이야기 나올때는 가슴이 철렁했다. 국회의원이니 어쩔 수 없지 않는가(웃음). 변협에서 징계하겠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명분도 규정도 없는데 징계라니, 화도 나고 그랬다. 사실 잘못된 법을 고치자는데 법률가 출신들이 막고 나서니 오기 같은 것이 생겼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마음을 얻어 자리를 얻고 그 직무를 수행하는 존재다.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심한 반대와 항의에 부딪히다 보니 ‘내가 굳이 독립투사가 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국회의원으로서 아무 것도 못했을 것이다. 잘못된 법을 바로잡는 것, 그것이 바로 국회의원의 기본 역할 아닌가. 변리사법 개정 문제도 아직 해결이 안됐다. 이 부분은 내가 국회의원으로 있는 한 계속 추진할 것이다. 아마 세무사법 개정 보다 더 시끄러울 것이다. 다만 변리사 업계에서 시간이 늘어지다 보니 지친 것 같기도 하다(웃음).

Q.사실상 변호사의 세무사자동자격을 폐지해도 변호사 업무영역에는 큰 변화가 없다. 그런데도 변호사들은 이번 세무사법 개정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법 개정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는데. 변호사협회에서 왜 이번 법 개정에 의미를 둔다고 생각하나.
A.엄밀히 말하자면 별 것도 아닌 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형국이다.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곰곰이 생각해 보면 변호사들에게 그러한 대응이 실익이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변호사 업계가 신경써야 할 부분은 이 부분이 아니다. 특혜를 지키려 한들 무슨 실익이 있는지 모르겠다. 현재를 보라. 지금 변호사 업계 안팎의 위협이 많다. 법률시장 개방도 AI(인공지능) 등장도 변호사 업계의 위험요인이다. 지금 시점은 특권을 유지하는 것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법률고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양질의 서비스를 어떻게 하면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변호사라고 하면 일거리가 굴러들어오는 시대는 지났다. 변호사들도 전문분야에 특화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오고 있다. 고객들을 만족시키고 감동시키지 못한다면 미래가 없다. 변협이 할 일은 그것이다. 불필요한 특권을 유지한들 아무 실익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Q.변호사 업계는 세무사법 개정안 반대 논리로 변호사의 업무를 제한한다고 주장하는데.
A.맞지 않는 이야기다. 변호사는 조세소송, 조세심판 등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와 관계없이, 세무사 자격증이 없더라도 법률에 관한 사무를 모두 할 수가 있다. 변호사들 중에서 장부 기장 등 세무대리 업무하면서 먹고 사는 이들이 몇 명이나 있는가. 몇 되지 않는다. 로스쿨 제도와 배치된다는 이야기도 하던데, 그 또한 로스쿨 제도가 잘못된 것이지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받고 안 받고의 문제와는 하등의 상관이 없다.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다. 변호사들 중에 조세전문 변호사가 있지 않느냐. 그들이 장부 기장 등으로 먹고 산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이 없다. 장부 기장이나 세금신고 대행 등 제대로 된 세무대리 서비스를 하려면 국가 세정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있고 조세법에 대한 법률적 식견, 그 배경에 놓인 국가 재정 상황 등에 대한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솔직히 세무사들보다 이를 잘 알고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하는 변호사들은 많지 않다. 세무사 자격만 있을 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정상적이지 않는 것을 왜 지키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Q.무술년 새해를 비롯해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면
A.국회의원으로서 엉터리 법에 의해서 피해를 본 국민들이 구제되는 것을 보면서 만족감과 보람을 얻는다. ‘국회의원 이상민’의 의정철학이 아직까지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많은 ‘엉터리 법’들을 뜯어고치고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 발전하는데 초석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

Q.끝으로, 세무사신문 독자인 세무사들 또는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
A.세무사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더 좋은 역할을 기대한다. 초선 때부터 발의해 온 법안 중 하나가 ‘납세자소송법’이 있다. 세금을 낭비하면 대통령, 국회의원 상관없이 국민이 직접 소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법의 내용이다. 지자체에는 일부 도입된 곳도 있지만 국회에서는 통과가 안 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누군가가 국민들에게 직간접적인 손해를 끼쳤다면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세무사신문 독자분들이 이 법안이 성사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면 좋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세무사신문 제715호(20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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