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이 근로계약보다 노동자들에게 불리할 경우 근로계약을 우선 적용한다는 근로기준법 원칙은 그런 근로조건이 근로계약에 명시돼있을 때만 적용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한 사립대학 교수 A씨가 재단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1994년 대학 조교수로 신규 임용된 뒤 2005년 정교수로 승진했다.
이 대학의 급여 체계는 1998년까지는 호봉제를 유지하다 1999년 교원의 직전 연도 성과를 반영한 연봉제로 바뀌었다.


A씨는 급여 체계 변경이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고, 취업규칙이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는데도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며 2007∼2016년의 임금 차액분을 요구하는 소송을 잇따라 냈고 법원은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대학과 A씨의 임용 계약이 반복적으로 갱신돼 연쇄적 근로관계가 인정되는데, 재임용 과정에서 A씨가 연봉제 변경을 수용했다고는 볼 수 없다는 취지다. A씨는 처음 임용된 1994년 이후에는 재계약 때 별도로 임용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근로조건 관련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다.
다른 교수들과의 소송에서도 연이어 패소한 대학은 2017년 연봉제로의 변경을 놓고 재직 전임 교원 145명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뒤늦은 투표에서 개편안은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됐다.


그럼에도 A씨는 물러서지 않았고 2017학년도분 급여 차액(3천500여만원과 지연이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와 대학 사이에 호봉제 근로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또 "2017년 연봉제 변경 동의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유리한 근로계약에 우선해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A씨 급여액 산정에 연봉제 규정은 적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금 관련 사항을 취업규칙에서 정할 수 있기는 하지만, 취업규칙 내용보다 근로계약상의 근로조건이 노동자에게 유리하다면 당연히 근로계약이 우선이라는 취지다. 이런 법리는 2심에서도 유지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교원 동의가 나온 2017년 이후로는 취업규칙상으로 바뀐 연봉제 규정을 적용하는 게 맞는다며 대학 측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원심이 인정한 유리 조건 우선의 원칙에 대해 "근로자와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에 관해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세무사신문 제814호(202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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