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를 위한 교양강좌 파스칼 렉처 세 번째 강의, ‘다산연구3.0: 미래를 향한 역사학’

김호 교수, “다산 선생은 요순시대의 이상정치를 ‘능력에 기초한 업적주의’로 해석했다”

21일 오전, 세무사를 위한 교양강좌 파스칼 렉처 강의가 서울 서초동 한국세무사회 6층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이날 이뤄진 파스칼 렉처 세 번째 강의는 ‘다산연구3.0: 미래를 향한 역사학’을 주제로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김호 교수가 강의를 하여, 200년 전 다산 정약용의 사상에 푸욱 빠져들게 하는 시간이었다.

흔히 다산이 살았던 조선은 강력한 신분제 사회인데다 ‘공자 왈, 맹자 왈’만 부르짖다 ‘망한 나라’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일본 에도시대의 봉건제와 조선의 과거제를 비교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일본 에도시대에는 봉건제를 통해 아버지가 영주라면 아들도 당연히 영주가 되지만. 조선시대는 아버지가 영의정이라도 아들이 과거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절대 벼슬길에 나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호 교수는 “조선은 과거제도를 통해 문화자본을 총집약시키는 능력주의 사회였다. 그래서 어떻게든 문화자본을 후대에 전해주려는 움직임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SKY대학 중심의 학벌 지상주의, 강남 학원가로 몰려드는 학생과 학부모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능력주의에 대한 다산의 관심은 ‘부의 재분배’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다산은 자신의 ‘노력과 업적에 따른 공정한 분배’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조선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1834년 73세의 다산이 완성한 ‘상서고훈’에는 “원래 생민에게는 두 가지 욕망이 있는데, 첫째는 부(富)이고 둘째는 귀(貴)이다. 나라의 운명은 이 두 가지 자원이 공평하게 나누어지는데 달려있다. 관직을 나누는데 편당의 마음을 먹고 공평하지 않게 되면 군자들이 원망하고, 부의 분배가 일부에게만 집중되면 소인들이 울분한다”고 명시돼 있다.

김호 교수는 ‘상서고훈’ 속 다산의 생각에 대해 “다산 선생은 요순시대의 이상정치를 ‘능력에 기초한 업적주의’로 해석했으며, 그의 경세론은 그동안 알려진 균분(均分)이라기 보다 ‘능력과 노력에 따른 공정한 분배’였다”고 명쾌하게 짚어냈다.

‘공정한 분배’에 대한 다산의 사상은 조선사회를 바꿀 탁월한 복지정책, ‘육보(六保)론’을 탄생시켰다. ‘육보’란 홀로된 남자와 과부, 고아와 자식 없는 노인, 선천적으로 몸이 성치 못한 자와 역병 발병 시 생활수단을 잃은 자 등 여섯 가지 약자를 국가에서 돌보아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 정신은 200년이 흐른 오늘날의 현대사회복지 시스템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다산의 사상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다. 그 교훈은 안타까움 내지 아쉬움이 되어 김호 교수의 강의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

“만약에 다산 선생의 뛰어난 사상이 19세기 조선 정치에 더 많이 적용되어 쓰였더라면, 망해가는 조선이 다시 한번 바로 설 수 있지 않았을까요?” 역사에 IF란 있을 수 없다지만, 김호 교수가 강의를 마치면서 발언한 아쉬움 한 토막이었다.

 

임태성 (연수출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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