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청구로 감사원 공익감사…“최근 5년간 조사권 남용 10건”
“조사대상 선정 근거 불명확…근거자료 보관 미흡해 검증도 어려워”

국세청이 세무조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교차세무조사가 조사대상 선정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선정과정의 공정성을 검증할 자료 관리도 부실해 조사권 남용의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에서의 국세청의 조사권 남용 의혹을 계기로 착수한 공익감사를 통해서다.

감사원은 ‘교차세무조사 운영 및 개선방안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지난 10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2월 국세청장이 국세행정개혁 태스크포스(TF)의 권고에 따라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포함한 교차세무조사의 운영실태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해 이뤄졌다.

교차세무조사란 납세지 관할이 아닌 지방국세청에서 실시하는 세무조사다.

지역 연고 기업과 세무공무원의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고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2008년 도입됐지만, 표적 조사 등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앞서 2017년 11월 국세행정개혁 TF는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 총 5건의 세무조사에서 국세기본법상 중대한 조사권 남용의 의심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2013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최근 5년간 승인된 교차세무조사 180건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제도 운영 실태를 들여다봤다.

다만 2008년 이뤄진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경우 감사대상 기간(5년)을 벗어나 국세행정개혁 TF의 기존 조사내용을 참조하는 수준에서 재검토하는 데 그쳤다.

감사 결과, 탈루 혐의를 확인할 수 없는 관련인 11명을 조사 대상자로 선정한 5건, 관련인 22명의 세무조사 이력을 전산에 입력하지 않아 중복조사가 우려되는 5건 등 국세행정개혁 TF의 점검결과와 유사한 최근 5년간의 조사권 남용 사례가 확인됐다.

또 교차세무조사 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국세청 본청이 지방국세청의 조사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보내는 관련 자료와 지방국세청이 대상자 선정에 활용한 근거자료 등의 보관·이력 관리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교차세무조사를 포함한 비정기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검증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일례로 태광실업의 경우 교차세무조사 신청 관서인 부산청이 교차세무조사 선정검토표와 분석보고서를 보관하지 않고 있어 선정과정이 적정했는지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교차세무조사 대상을 승인할 때 청탁·압력행사 등 공정한 세무조사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에 대한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도 ‘10년 이상 지역 소재, 1회 이상 세무조사' 같은 형식적 요건만 갖추면 승인해주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 5년간 지역연고 기업에 대한 공정한 세무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신청한 교차세무조사는 108건이었는데 이중 100건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10년 이상 소재, 1회 이상 세무조사' 같은 형식적 요건만 갖췄는데도 조사가 승인됐다.

특히 100건 중 4건은 한 지역에 10년 미만으로 있었는데도 교차세무조사가 승인됐다.

감사원은 “형식적 요건만으로 교차세무조사가 신청·승인될 경우 제도가 남용될 우려가 있다”며 "청탁·압력행사 등 공정한 세무조사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를 교차세무조사의 주된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국세청장에게 "교차세무조사 신청 시 공정한 세무조사를 저해할 우려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기재하는 등 관련 지침을 보완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하고 “교차세무조사 승인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을 포함해 총 10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지적하고 국세청장에 통보(5건) 및 주의요구(5건) 조치를 했다.

세무사신문 제746호(2019.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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