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내용 없어도 불법…2심 재판 다시 하라"…고법 돌려보내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일에 근접해 선거구민에게 문자메시지를 대량 발송했다면, 직접 선거를 언급하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 아니더라도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31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배모(56)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적어도 예비후보자 등록일에 근접해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행위는 직접 선거를 언급하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그 시점과 방법, 경위, 상대방 등에 비춰 선거법상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일부 문자가 일상적·의례적·사교적인 내용이라는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목포시 선거구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배씨는 2015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선거운동원 이모(51)씨가 가입한 유료 문자발송 사이트를 이용해 선거구민에게 2만7천765건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배씨에게 선거운동 기간 전에 선거홍보를 위한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판단하고 사전선거운동 혐의를 적용했다. 또 문자발송 비용 124만원을 이씨가 부담하도록 한 것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한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추가했다.

1심은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입법 목적을 훼손했으므로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배씨가 출마를 포기해 선거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았다"며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배씨 측이 발송한 문자 중 일부는 단순한 안부 인사를 묻는 것에 불과하다며, 2만3천174건의 문자만 불법으로 봐 벌금 50만원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이 무죄로 판단한 문자 중 예비후보 등록일인 2015년 12월 15일에 근접한 문자는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불법 선거운동으로 봐야 하는 문자메시지의 범위를 좀더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열릴 2심에서는 배씨의 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추가 인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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