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피해구제법, 10년묵은 금융소비자법, 복지사각지대법 등 계류
새해 적용하려던 '모바일 인지세법 개정안' 발묶여…영세 사업자들 혼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창구에서 '대기표'를 뽑은 민생법안들이 여야의 총선모드 돌입으로 발길을 돌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를 거친다. 쟁점 법안이 아니면 본회의는 웬만하면 통과된다. 따라서 법사위가 법안 처리의 마지막 관문인 셈이다.

상당수 민생법안은 상임위를 통과하고도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나 전체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12일 나타났다.

대표적 사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다.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자의 피해입증 부담을 덜어주고, 사업자에게 추가 분담금을 징수하는 게 골자다.

이 법안은 지난 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처리가 보류됐다. 피해입증 요건을 지나치게 풀어줘 사업자에게 막대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헌법상 자기책임 원리, 이중배상 문제 등이 문제로 꼽혔다. 피해자 단체는 곧바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격하게 반발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은 10년째 공전만 거듭해 온 법안이다. 소액 분쟁은 금융회사가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금융소비자의 청약철회·계약해지권을 도입하는 내용이다. 또 금융상품판매업자에게 수입액의 최대 50%의 과징금을 매길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인터넷은행 사업자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주저앉으면서 함께 처리되지 못했다. 두 법안을 묶어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모바일 상품권 인지세법 개정안'은 법사위 통과가 늦어지는 통에 영세 사업자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사안이다. 지난 1일부터 3만원을 넘는 모바일 상품권은 초과분에 대해 인지세가 부과될 예정이었지만, 이 경우 수익의 40∼67%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지적에 부과 기준을 5만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해당 상임위 심사를 마친 이 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조차 오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모바일 플랫폼에서 상품권을 발행하는 영세 사업자들은 예정대로 3만원 초과분에 인지세를 물고 있다.

복지 '위기가구'를 발굴하기 위한 의무협조 대상에 공공주택 사업자와 공동주택 관리자 등을 추가하는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 개정안'도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이 법안은 '봉천동 탈북모자 사망사건'과 '성북구 네모녀 사망사건'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발굴하기 위한 취지다.

이 밖에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상권 내몰림 현상)을 다루는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강화하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유엔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지원 및 참전국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법 개정안' 등이 법사위에 계류됐다.

오는 13일 본회의로 '패스트트랙 정국'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총선 국면'이 전개될 경우 이들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법사위는 한동안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들의 처리가 마무리되면 국회는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다"며 "5월 29일로 20대 국회가 끝나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들은 폐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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