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보전과 직접적 관련 없어"…기존 판례 변경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채권자가 채무자 재산의 공유 지분을 대신해서 분할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채무자의 아파트 공유 지분을 채무자를 대신해 분할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채권자 A씨가 제기한 소송에서 분할 청구를 받아들인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골몰하던 A씨는 채무자 B씨의 아파트 공유지분 7분의 1을 전체 지분에서 따로 분할해 확보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아파트 전체를 경매에 넘길 수 있고, 이 경우 선순위 근저당권을 변제해도 약간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B씨를 대신해 B씨의 아파트 공유지분을 따로 떼어달라며 나머지 지분권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판례에 따르면 금전 채권자는 채권 확보 가능성이 있다면 채무자의 공유물분할청구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판결에 참여한 대법관 12명 중 8명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금전 채권자는 부동산에 관한 공유물 분할 청구권을 대신 행사할 수 없다"며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공유물분할청구권을 채권자가 대신 행사하는 것은 채권 보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채무자의 재산관리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공유물분할청구권을 채권자가 대신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면 채무자를 비롯한 공유자들이 원하지 않는 시기에 공유물 분할을 강요당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4명의 대법관은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공유물분할청구권 대위 행사를 허용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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