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오는 7월 20일부터 세무대리인이 위임 업체를 대리하여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홈페이지(icl.go.kr)를 통해 학자금 의무상환액 원천공제 내역을 신고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을 개통할 예정이다. 세무대리인의 전자신고가 가능해짐에 따라 그 동안 서면으로 신고를 대리하거나, 신고서를 대신 작성하여 회사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할 수밖에 없었던 불편함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ICL : Income Contingent Loan)’ 제도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 재정(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교육부 산하기관인 한국장학재단이 정부 보증 채권을 발행하여 조달한 자금)으로 대학 등록금을 빌려주고, 대출원리금은 채무자에게 갚을만한 여력이 생겼을 때 의무적으로 상환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채무자가 65세 이상으로서 갚을만한 소득이나 재산이 없으면 대출원리금 상환의무는 면제된다.

ICL제도는 2010년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주무부처 : 교육부)이 제정되면서 시행되었고,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일단 대출 받아 공부한 후 나중에 돈을 벌게 되면 갚고 그렇지 않으면 안 갚아도 되는 방법이 생겼으니 돈이 없어서 대학 못 갔다는 얘기는 먼 옛날 얘기가 되었다.

갚을 만한 여력이 생겼는지 여부는 1년 단위로 측정하는데 채무자의 연간소득금액이 상환기준소득을 초과하는 지 여부가 판단기준이 된다. 연간소득금액은 국세청에서 파악하고 상환기준소득은 교육부가 매년 초에 기준중위소득이나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여 결정한다. 2020년 귀속 상환기준소득은 1,323만원(근로소득공제를 적용한 금액이므로 총 급여 기준으로 환산하면 2,174만원)이다.
국세청은 채무자의 연간소득금액이 상환기준소득을 초과하게 되면 그 초과금액의 20%를 연간 의무상환액으로 부과하여 상환 받고 있는데, 민사 채권인 대출금을 조세 인프라를 이용하여 상환 받도록 입법한 이유는 상환해야 할 대출원리금(의무상환액)이 소득수준에 연동하여 결정되고, 의무상환액 미납 시에는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의해 징수함으로써 재정건전성 및 ICL제도의 영속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생각된다.

조세체계와 연계하여 대출원리금을 상환하도록 설계하다 보니, 소득이 없으면 갚지 않아도 되는 혜택이 있는 반면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불편한 점도 있다.

첫째, 대출 받는 시점에 대출만기와 상환스케쥴(○년 거치 ○년 분할상환)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연간소득금액과 상환기준소득에 따라 갚을 금액이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채무자 입장에서는 언제 얼마를 상환해야 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대학 1학년 때 대출 받은 남학생의 경우에는 대학 4년, 군 복무 2년, 취업 준비기간 등을 감안하면 대출 후 6~7년이 지나야 소득이 발생하는 시기가 되고 그 동안에는 이자도 청구되지 않기 때문에(이자 발생은 되고 있음) 본인이 대출받은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장학금을 무상지원 받은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생긴다.

둘째, 소득발생시기(Y년)와 의무상환시기(Y+1년)간에 약 1년의 시차가 있어 의무상환시기에 실직이나 폐업하는 경우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연간 근로·사업소득은 당해 연도 중에는 알 수 없고 다음 해가 되어서야 확정되기 때문에 올해 부과할 의무상환액은 전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할 수밖에 없다. 회계기준으로 비유하자면 수익과 비용이 대응되지 않는다고나 할까? 상환 시기가 채무자의 현금흐름과 맞지 않는다.

국세청은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년에 의무상환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채무자에 대한 사전상환예고(’16년), 전년도에 한국장학재단에 자발적으로 상환한 금액을 올해 부과할 의무상환액에서 차감함으로써 소득발생시기와 의무상환시기 간의 미스매치를 조정해 주는 자율상환제도(’18년), 의무상환시기에 실직·폐업 등으로 소득이 단절된 채무자에 대한 상환유예제도(’18년)를 시행하였다.

통상적으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보다는 취업을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부과한 의무상환액의 90% 정도는 근로소득금액이 상환기준소득을 초과하여 상환의무가 생긴 경우이다. 근로소득 발생에 따른 의무상환액 상환방법으로는 원천공제방식이 적용된다. 원천공제 방식이란 A회사(원천공제의무자)에 채무자 甲과 乙이 근무하고 있고, 의무상환액이 생긴 경우 국세청에서 6월초에 A회사로 甲과 乙의 인적사항과 갚아야할 연간 의무상환액을 통지하면 A회사는 7월부터 1년간 매월 급여를 지급할 때 연간 의무상환액의 1/12씩 떼서 다음달 10일까지 국세청에 납부하고 그 내역을 신고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7월에 甲에게서 70만원, 乙에게서 30만원을 원천공제 하였다면 8월 10일까지 100만원을 납부하고, ‘상환금명세서’라는 서식에 甲 70만원, 乙 30만원, 원천공제일(상환일이 되며 통상적으로 급여일)을 기재하여 신고하여야 한다. 대출에는 이자가 붙고 상환일과 상환금액에 따라 남은 원금과 이자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상환금명세서’를 신고하여야 채무자별 대출금 상환처리를 정확하게 할 수 있다.
원천공제제도는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채무자와 원천공제의무자들이 많다. 채무자는 통지 받은 의무상환액을 원천공제기간(1년) 동안 매월 균등하게 상환할 수 있고, 급여부족 등의 사유로 원천공제기간 내에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바로 체납 처분되는 것이 아니라 미납액에 대해 채무자가 직접 납부할 수 있도록 고지기간을 한 번 더 부여받으며, 고지기간 내에도 상환이 어려울 경우에는 최대 9개월까지 징수유예 받을 수 있다. 실직·폐업 등 상환유예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상환유예 받지 못한 경우에도 원천공제기간과 고지기간, 징수유예 기간을 합하면 최대 2년에 걸쳐 상환하면 된다.

하지만 채무자 입장에서는 근무하는 회사에 자신의 대출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불편할 수 있고, 영세한 회사나 원천공제 업무를 처음 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전담인력이나 경험이 없어 부담이 될 수 있다.

대출받은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채무자를 위하여 원천공제 대신 직접 납부(1년분 의무상환액 일시납 또는 2회 분납)를 선택할 수 있는 선납제도(’15년)를 시행하였고, 영세한 회사의 원천공제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채무자가 1인인 원천공제의무자에게는 신고간소화 서비스(’19년)를 시범적으로 실시한 후 올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신고간소화 서비스란 원천공제의무자가 채무자의 인적사항·의무상환액·급여일을 확인하여 신청하는 경우 매월 납부만 하면 신고한 것으로 인정하는 서비스이다. 채무자가 1명으로 특정되기 때문에 납부금액은 모두 그 채무자의 원천공제금액이므로 별도로 상환금명세서를 신고하지 않아도 상환처리가 가능하다.

인사·경리 전담인력이 부족한 회사에서는 세무대리인에게 기장대리를 맡기면서 ICL 원천공제 신고업무도 위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동안은 서면으로 대리 신고하거나 신고서(상환금명세서)를 작성하여 회사에 제공하는 방법 등으로 진행되어 왔다.

채무자와 원천공제의무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원천공제의무자가 원활하게 세무대리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전산 시스템을 개선하여 ’19년 귀속 근로소득에 의한 의무상환액 원천공제 통지분(’20.6월 초에 원천공제의무자에게 개별 통지 예정)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전자신고 화면에 채무자 명단과 원천공제 해야 할 금액이 채워진 상태로 제공되므로 간단한 확인 작업만 하면 큰 어려움 없이 신고할 수 있으며 관련 설명 자료도 배부할 예정이다.

올해는 ICL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고 그 동안 국세청의 학자금 상환 서비스는 자신의 힘으로 학업을 계속하고자 노력하는 청년들과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원천공제의무자들의 관심과 함께 발전해 왔다. 금번 세무대리인 원천공제 전자신고 시스템 개통으로 세무·경영관리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세무대리인의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많은 고언과 개선 의견을 통해 ICL제도가 계속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세무사신문 제773호(202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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