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기시다 '유보 입장' …소비세 증세 논란 커질 듯

사의를 표명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소비세 추가 인상 가능성을 거론해 오는 14일로 임박한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소비세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 총재 선거에 출마한 스가 장관은 10일 밤 민방인 '테레비(TV) 도쿄'에 출연해 "장래의 일을 생각한다면 행정개혁을 철저히 한 뒤 국민에게 부탁해 소비세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며 소비세 인상에 찬성한다는 의미인 동그라미(○)가 표시된 손팻말을 들었다.

스가 후보는 "이(일본) 정도의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인구감소를 피할 수가 없다"며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사회보장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비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베 총리의 후임을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스가 후보가 소비세 증세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함께 출연한 경쟁 후보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은 소비세 인상에 대해 유보하는 입장을 뜻하는 세모(△) 표시의 손팻말을 들어 보였다.

스가 후보가 선거 막바지 국면에서 현행 10%인 소비세를 더 올려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당선을 사실상 확정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분석되고 있다.

NHK는 투표권을 쥔 자민당 국회의원 본인과 전국 방송국을 통해 정세를 확인한 결과 스가 후보가 국회의원(394명) 표의 70% 이상을 확보하고,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부연합회(지구당) 대표(141명)가 행사하는 지방 표에서도 크게 지지층을 넓혀 당선이 유력하다고 11일 보도했다.

일본의 소비세는 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간접세다.

물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소비자가 똑같이 부담하는 것이어서 저소득층 부담이 더 크다는 의미인 역진세 논쟁을 일으키는 등 선거 때마다 민감한 쟁점이 돼 왔다.

실제로 1989년 4월 3%의 세율로 일본에 처음 도입된 소비세는 정권의 운명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에서 소비세를 처음 도입했던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내각은 비리 스캔들이 겹친 여파로 2개월 만에 퇴진했고, 1997년 5%로 소비세를 올린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총리도 이듬해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해 물러났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소비세 인상 카드를 만지면 집권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소비세의 저주'가 통설로 자리 잡아 집권자가 자신의 재임 기간에는 소비세 인상을 피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아베 정부는 2014년 예정됐던 5%에서 8%로의 인상을 단행하고 위기를 돌파했고, 그 후 예정됐던 8→10%의 인상은 2차례 연기한 끝에 작년 10월 단행했다.

아베 총리도 그로부터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임으로 내몰렸다.

일본은 작년 10월의 소비세 인상 후에 개인소비 위축 현상이 심해지고,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올 2분기(4~6월)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역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본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소비세율을 장기적으로 20~26%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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